오늘 아침, 참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아이 트니가 장염으로 응급실에 가게 되어, 급히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방송국으로 향했다. 오늘은 내 이름을 걸고 EBS 시청자평가원으로 첫 촬영을 하는 날이다. 아이에 대한 걱정과 평가원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이 교차했지만, 현장에 도착하는 순간 나의 모든 걱정은 압도적인 프로들의 열정에 녹아내렸다.
촬영 준비 과정부터 공영방송 작가진의 내공을 깊이 체감할 수 있었다. 내가 보낸 비평문과 답변을 바탕으로, 주말 밤낮없이 이메일이 오가며 대본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대본을 보고 최정은 작가님의 스마트함에 깊이 감탄했다. 나의 비평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한층 더 냉철한 질문으로 다듬어주셨기 때문이다. 아무나 공영방송의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니구나 싶어 그 치열한 노고에 깊은 존경심이 들었다.
나는 짐만 바리바리 싸들고 EBS 본관에 도착했다. 1층까지 마중 나오신 최 작가님은 유선상으로 느꼈던 상냥하고 순수한 모습 그대로였다. 대기실에서 만난 신의 손 전문가분들은 완벽한 헤어와 메이크업으로 자신감을 채워주셨다. 이어진 메인 작가님의 디테일한 리딩도 큰 힘이 되었고, 프롬프터에만 의존할 수 없어 흐름을 외우며 진땀을 뺐지만 세심한 안내 덕분에 무사히 방송에 임할 수 있었다.
스튜디오의 조명 아래 유나영 아나운서와 마주 앉았을 때, 긴장한 탓에 시작하자마자 1분 안에 NG를 세 번이나 낸 것 같다. 그때 전체 진행을 아우르며 유연하게 방송을 이끌어 주신 유 아나운서의 진가가 빛을 발했다. 대화의 흐름에 맞춘 완벽한 강약조절이었다. 게다가 우리 둘 다 아이에게 감기를 옮아 고생 중이었는데, 진한 동병상련 속에서 끊임없이 나의 긴장을 풀어주셨다.
가장 벅찬 순간은 <왔다 내손주>와 <할매가 간다>를 연출하신 이승석, 박영미 PD님과의 만남이었다. 고된 해외 로케이션 탓에 까칠하실 거란 생각은 완벽한 착각이었다. 대화를 나누며 내가 느낀 것은 테크닉에만 의존하는 차갑고 냉철한 피디의 모습이 아니라, 너무나도 따뜻한 시선으로 인간을 바라보며 방송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두 분의 눈동자는 티 없이 맑았고, 소녀처럼 고운 박영미 PD님이 그 거친 현장을 지휘하신다니 경이로웠다. 미혼이신 이승석 PD님이 어린 출연자들과 온몸으로 놀아주신다는 이야기에 먹먹해졌다. 그러한 따뜻한 시선은 결국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다. 두 분이 바로 그런 분들이시기에 프로그램에도 그 온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나 보다. 피디란 직업은 인간을 향한 애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나의 오랜 고정관념은 산산조각 났다.
2시간의 촬영 동안 세트장 밖 어둠 속에는 묵묵히 현장을 지키고 뛰어다니는 수많은 스태프가 있었다. 내가 마주한 모든 분들이 프로 베테랑이었다. 현장에서 마주한 프로의 여유로움과 따뜻한 배려 덕분에 나는 중반부터 마음껏 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대단한 공영방송 EBS를 굳건히 지탱하는 진짜 힘은 바로 카메라 뒤에 있는 이분들의 헌신과 노고다.
인사를 어떻게 드리고 나왔는지도 모르게, 끝나는 즉시 아이에게 달려갔다. 한결 나아진 얼굴을 보고서야 참았던 숨을 쉬었다. 트니야 ㅜㅜ 이제 아프지 말자!! 교육사업을 하는 아티(Arti)의 대표이자 한 아이의 엄마로서 참으로 다사다난한 하루였지만, 오늘 마주한 방송국 분들의 진정성을 가슴 깊이 새긴다. 앞으로도 얄팍한 시선이 아닌, 예리한 통찰력과 따뜻한 시선으로 EBS 프로그램에 힘을 보태는 시청자평가원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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